직업상담 사례로 배우는 에릭 번의 교류분석 상담
직업상담 사례로 배우는 에릭 번의 교류분석 상담
직업상담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나는 왜 면접만 보면 긴장할까?”, “직장 상사와의 갈등이 반복돼요.”, “일을 잘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와 같은 고민을 듣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취업 스킬 부족이나 외부 환경 때문이라기보다는, 개인의 내면에 자리 잡은 감정 반응 패턴과 의사소통 방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릭 번(Eric Berne)의 교류분석 상담(Transactional Analysis, TA)은 인간의 자아 구조와 대인관계에서의 교류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이론입니다. 특히 교류분석은 ‘나도 모르게 반복되는 말투와 감정’, ‘상대방과의 미묘한 오해’ 같은 일상적인 문제를 자아 상태, 심리적 게임, 인생 각본의 관점에서 통찰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직업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교류분석 상담이 어떻게 내담자의 자각과 변화에 기여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과의 관계 회복, 대인관계 개선, 자기 긍정감 회복 등 교류분석 상담이 직업상담 장면에서 어떤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해보겠습니다.
상담 사례(교류분석 상담기법 적용)
✅내담자 정보
승현(가명), 28세 남성
호소 문제: 반복되는 이직, 직장 내 갈등, 구직 면접에서의 강한 방어적 태도
상담 동기: “면접만 가면 자꾸 긴장되고,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까 봐 불안해요.”
기저 문제: 반복되는 방어적 대화 스타일, ‘나는 부족하다’는 인생 각본, ‘비판에 예민한 자아 상태’
✅ 교류분석 상담 과정
1) 구조 분석: 자아 상태 파악
상담자는 초기 면담에서 승현이 주로 사용하는 자아 상태를 파악합니다.
그는 면접 질문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으로 반응하거나, 비판을 받으면 과도하게 위축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승현이 ‘비판적 부모 자아’로 스스로를 통제하고, 동시에 **‘순응적인 어린이 자아’**로 반응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 상담자는 에고그램을 활용해 자아 상태의 에너지 분포를 시각화하고, 승현이 지나치게 부정적 부모 자아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도록 도왔습니다.
자기 자아 상태 체크리스트
(목적: 내담자가 평소 대화, 감정, 행동에서 자주 사용하는 자아 상태를 파악하고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래 문항을 읽고, 본인의 경험에 따라 각 항목에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해주세요.
다른 사람에게 조언하거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말투를 자주 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위로하거나 돌보려는 경향이 있다.
감정보다 상황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편이다.
대화를 할 때 자주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누군가의 평가나 지적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위축되는 편이다.
실패하거나 실수하면 자책하거나 불안해진다.
‘해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도전을 즐기고,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한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하려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는 어른스럽지만, 속으로는 억울함이나 억눌림이 쌓이는 일이 많다.
📌결과 해석 예시 (성향 파악용)
'예'가 많은 항목별 경향
- 1, 7 → 비판적 부모 자아
- 2, 9 → 양육적 부모 자아
- 3 → 어른 자아
- 4, 8 → 자유로운 어린이 자아
- 5, 6, 10 → 순응적인 어린이 자아
→ 주로 사용하는 자아 상태를 파악하고, 과도하거나 반복되는 패턴이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2) 교류 분석: 대화 방식 이해
상담자는 실제 면접 상황을 재연하면서 승현의 교류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이전 회사에서는 왜 퇴사하셨나요?”라고 물었을 때, 승현은 “거기선 저를 인정 안 해줬어요. 그런 데선 일 못 하죠.”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면접관의 어른 자아 질문 → 승현의 어린이 자아 응답(교차적 교류)로 대화가 갈등적 흐름으로 전환된 사례입니다.
→ 상담자는 어른 자아로의 반응 훈련을 도와, 균형 있는 대화 태도와 교류 조율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지도했습니다.
3) 게임 분석: 반복되는 감정 패턴 자각
승현은 직장에서 "결국 상사는 날 무시할 거야"라는 사고를 반복하며, 피드백이나 지시를 ‘공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태도는 그가 무의식적으로 실행하는 ‘희생자’ 심리 게임의 일환이었습니다.
→ 상담자는 “늘 나만 손해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 적 있나요?” “지금 느끼는 감정이 진짜 지금의 감정일까요, 아니면 익숙한 감정인가요?” 등의 질문으로 라켓 감정(어린 시절 허용된 감정)과 심리 게임을 자각하도록 도왔습니다.
4) 각본 분석: 인생 시나리오 재작성
승현은 어린 시절 “넌 왜 그렇게 실수를 하니”, “그렇게 해서 어디 가서 인정받겠어?”라는 말을 자주 들었으며, 그 말이 무의식적으로 ‘나는 부족하다, 인정받으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각본이 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상담자는 승현의 생활자세(I'm not OK, You're OK)를 확인하고, 그를 나도 OK, 너도 OK’(자기 긍정 – 타인 긍정)의 자세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 자기 수용 훈련, 스트로크 교환 연습, 긍정 대화 시나리오 작성 등을 병행했습니다.
나의 각본 바꾸기 워크시트
목적: 내담자가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는 삶의 각본(인생 시나리오)을 자각하고, 그것을 자기 주도적인 각본으로 전환하도록 돕습니다.
1. 나는 내 삶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고 자랐다.
(예: “넌 조용해야 착한 거야”, “실수하면 혼나”, “남들보다 잘해야 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 지금까지 반복되는 내 삶의 패턴이 있다면?
(예: 너무 애써도 결국 인정받지 못함, 항상 마지막에 포기함)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그 패턴은 어떤 믿음이나 생각에서 시작된 것 같나요?
(예: 나는 원래 부족한 사람이다, 열심히 안 하면 사랑받지 못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4. 이 각본을 계속 따른다면 앞으로 내 삶은 어떤 방향으로 갈 것 같나요?
(예: 자기비난 속에 일과 관계를 반복적으로 실패할 수 있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5.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예: 실수해도 괜찮은 삶, 내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 삶)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6. 지금 이 자리에서 새로 쓰고 싶은 내 삶의 각본을 한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예: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7. 그 각본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는 무엇인가요?
(예: 나 자신에게 실수했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상담 후 변화
상담 중반부터 승현은 면접에서 질문에 겸손하고 차분하게 응답하는 연습을 실천했고, 반복되는 대화 속에서 자신이 특정 역할(희생자/방어자)로 고정되던 패턴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후반기에는 상호 존중의 대화 구조를 유지하면서, 면접에서도 “내가 원하는 직장을 판단하는 자리”라고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종결 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에는 내가 언제나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그냥 제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교류분석 상담이 직업상담에 주는 의미
반복되는 면접 실패, 직장 내 갈등의 이면에는 개인의 자아 구조와 삶의 각본이 숨어 있습니다. 교류분석은 단순한 행동 수정이 아닌, 대화 방식·감정 표현·자기 인식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통합적 상담 도구입니다.
직업상담에서 교류분석은 '구직자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자기 대화 능력을 길러주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