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담 사례로 배우는 로저스의 내담자중심 상담
로저스의 내담자중심 상담이 직업상담에 주는 의미
직업상담이라고 하면 대개 이력서, 면접, 진로 테스트, 정보 제공 등 기술적 접근이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내담자의 심리적 불안, 자존감 저하, 방향 상실 등의 정서적 문제가 상담의 핵심이 되는 경우, 로저스의 내담자중심 상담은 가장 강력한 회복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로저스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상담자가 갖출 때, 내담자에게 치유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 진실성 (일치성, Congruence)
-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 정확한 공감적 이해 (Empathic Understanding)
직업상담 사례(내담자중심 상담 기법 적용)
✅내담자 정보
- 이름: 지연(가명)
- 나이: 26세
- 상담 신청 이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렵기만 해요.”
- 상황: 4년제 대학 졸업 후 1년간 휴식기. 반복적인 취업 실패와 자책 속에서 자기 신뢰 상실 상태. 부모와도 직업 문제로 갈등이 잦음.
✅ 상담 과정의 전개
🧩 1단계 – 신뢰 형성: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경험”
상담자는 조언이나 판단 없이 지연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반응합니다. 지연은 “상담 선생님은 제가 멍하니 말 없이 있어도 불편해하지 않으시네요”라고 말하며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공간이라 느꼈습니다.
상담자: “지금은 방향보다, 잠깐 숨을 고르고 싶은 마음이신가요?”
🧩 2단계 – 감정 수용: “나는 무가치한 존재 같아요”
지연은 취업 실패를 반복한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 “다른 사람보다 한참 뒤처진 존재”라고 표현합니다.
상담자는 이 감정을 바로 고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합니다.
상담자: “실패가 반복될수록, 더 말도 못 꺼내게 되죠. 그런 느낌, 너무 지치는 거 알아요.”
상담자는 지연이 스스로 감정을 탐색하고 정리하도록 감정 반영, 명료화, 공감으로 반응합니다.
지연은 점차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를 스스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 3단계 – 자기 인식과 통찰: “난 도전이 무서운 사람이었어요”
지연은 “나는 원래 도전적인 성격이 아니야”라고 말하다, 상담 중 한 가지 기억을 꺼냅니다.
지연: “중학생 때 그림 대회에 나갔다가 상 못 받았거든요. 그 뒤로 뭔가 시도하는 게 너무 무서워요.”
상담자는 평가 없이, 지연이 과거의 경험을 현재에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비춰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연은 “나는 원래 못하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개념이 학창시절 실패 경험에서 형성되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 4단계 – 자기 수용과 변화의 시작
지연은 점차 자신의 감정, 두려움, 실패 경험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말합니다.
지연: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 실패를 너무 오래 안고 있었던 것 같아요.”
“천천히라도, 한 번 다시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상담자는 조언하지 않으면서도 지연의 변화 욕구를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연은 처음으로 스스로 작은 목표를 설정합니다.
→ “이번 주에 관심 있는 직업 박람회 한 곳만 다녀오기”
✅상담자의 태도와 개입 요약
상담자의 반응 | 설명 |
적극적 경청 | 말뿐 아니라 내담자의 표정, 톤, 맥락까지 진심으로 귀 기울임 |
감정 반영 | “불안하시군요.” “두려운 마음이 크셨겠어요.” |
공감적 이해 | “취업 얘기만 나와도 가슴이 철렁하시겠네요.” |
판단 유보 | 해결책 제시 없이 내담자의 자율성 존중 |
성장에 대한 신뢰 | “지금은 준비하는 중이시겠죠. 변화는 시작되고 있어요.” |
✅상담 변화 결과
- 반복 실패로 인한 자기비하 → 실패도 내 경험의 일부로 인정함
- 방향 상실과 동기 저하 →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기 시작
- 부모의 기대와의 갈등 → 스스로의 선택에 집중할 수 있게 됨
- 외부 의존적 태도 → 자기 결정에 대한 책임감과 신뢰 회복
마무리
로저스의 내담자중심 상담은 “무엇을 해야 할까”보다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탐색에서 출발합니다.
직업상담이라고 해서 늘 정보나 스펙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내담자에게는 그보다 먼저 자신을 수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공간이 마련될 때, 내담자는 “잘 살아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주체적 존재”로 변화합니다.